돈 내고 불쾌해지기

행복해지는 것과 행복해지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은 같지 않다

3분 읽기Yongwoo Shin

몇 년 전부터 내가 뷔페(혹은 무한리필 식당)에 갈 때마다 과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돈 내고 불쾌해지기.

비싼 돈 주고 그런 식당에 온 건 결국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기 위해서인데, 마음껏을 넘어 과도할 정도로, 불쾌해질 정도로 많이 먹는 데에만 집중해, 결국은 비싼 돈을 낸 목적(행복해지기)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물론 비싼 돈을 내고 입장했으니 당연히 그에 맞는 양의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건 언뜻 보면 합리적이다. 같은 돈으로 더 많고 비싼 음식을 즐기는 게 어쩌면 뷔페에 온 목적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음식에 있어서는 '많이 먹는 것'이 '합리적'이지는 않다. 심지어, 별로 '행복'하지도 않다. 그곳에 있는 음식을 더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딱히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는 과식으로 오히려 불쾌해지기까지 한다. 많이 먹어둔다고 해서 그 뒤로 한동안 '그 때 많이 먹어서 지금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아'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당장 그 날 저녁이나 다음 날 아침에 '어제 먹었던 것 또 먹고 싶네'라는 생각만 들지.

논외로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지 돈이 되기 때문에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돈이 많으면 행복하기 때문에 돈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도 연결짓는다. 그러나 여기에 모순이 있다면 '행복을 위해 돈 벌기'를 하는 대신 '돈을 위해 행복을 포기하기'를 선택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행복을 잠시 포기하고 돈을 더 많이 벌어두면 결국 그 돈이 더 많은 행복을 가져가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사람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그저 행복의 총량만 줄어들 뿐이다. '행복'이라는 결과를 위해 통용되는 방법인 '돈 많이 벌기'에만 몰입하다보니, 결국은 수단에 불과한 '돈 많이 벌기'가 최종적인 목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돈을 일반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벌게 된 사람들은, 자신이 꿈꾸던 연봉이나 월급을 달성하는 순간 크나큰 허탈감과 공허감을 느낀다고 한다.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돈을 아직 많이 벌어보지 않은 사람이 조언으로써 해주면, '뭘 안다고 그런 소릴 하냐, 돈 많으면 무조건 행복하다'고 (마찬가지로 돈을 많이 벌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반박당한다.

앞서 말한 뷔페에서의 예시도 똑같다. 결국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행복하기 위해서인데, 점차 '행복=비싼 음식 많이 먹기'가 되고, 결국 행복이라는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비싼 음식 많이 먹기'가 최종적인 목표로 바뀌어 있다. 그래서 이미 배부른데도 지금 멈추면 아깝다는 이유로 더 많이 먹고, 결국은 맨 처음 말했던 '돈 내고 불쾌해지기'가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이런 행동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과하게 먹으면 불쾌한데도, 행복을 미루면 더 불행한데도 사람들은 왜 하던 대로 불쾌하고 불행해지는 선택을 할까?

나는 그게 '행복을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챙기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항상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은 행복을 자주 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이미 알지만, 항상 행복을 미루는 사람들에게는 정작 그 행복의 총량이 그동안 감수해온 불행보다 적다는 사실을 '반복 학습'할 기회가 없다. 뷔페에서 항상 과식만 해온 사람들은 적당히 먹은 후의 적당한 포만감에서 오는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고, 미래를 위해 지금의 나를 포기하고 돈에만 집중해온 사람들은 일상에 퍼져있는 자잘한 행복들의 존재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다. 애초부터 알지 못하기에 고치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그렇기에 또다시 반복된다.

오늘은 그저 하던 일도 한 번 다르게 시도해보자.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지 모른다. 평소와 다른 길로 하교하거나 퇴근하고, 오는 길에 항상 지나쳤지만 먹어보고 싶었던 포장마차 음식을 먹어볼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행복은 사실 미룰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는 걸 생각보다 빠르게 깨닫고, 더 나아가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