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머 탈출기

프레이머의 시대도 곧 저물 것 같다. 돔황챠

4분 읽기Yongwoo Shin

프레이머 정말 좋은 툴이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프레이머 걷어내기'를 하고 있는 곳들도 많아졌고, 나도 자연스레 그에 동참하게 되었다.


우선 가장 직관적인 단점은 비용이다. 외부 호스팅 툴들은 SSL까지 포함해 무료 호스팅을 충분한 양만큼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DB도 마찬가지다. 무료로 쓴다고 해서 우측 하단에 호스팅사의 로고가 들어간다거나, 커스텀 도메인을 쓸 수 없다거나, 블로그 컬렉션 수에 제약이 걸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프레이머는 사실상 프로덕션에서 이용하려면 무조건 돈을 내야 하고, 연간 구독이 아니면 최소 한 달에 15,000원부터 시작한다. 페이지는 (CMS 제외이지만) 최대 30개이고, 컬렉션은 최대 2개이며, 다국어 페이지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이 구독료가 단순히 시각적 에디터를 사용하고 서버 구동에 내는 비용이라고 하면 딱히 불만도 없다. 문제는 정말 여기저기에 한도를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걸어둬서, 어느 하나를 확장해서 쓰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비용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B 테스트는 월 4만 5천원부터 시작하는 프로 요금제가 필수이며, 언어 하나를 추가하고 싶으면 언어 하나당 월 2만 5천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그것도 최대 20개 제한이 있다) 추가 편집자를 초대하려면 인당 3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고, 베이직에서는 파일 호스팅도 불가해서 외부 솔루션을 연동해야 한다. Github에서는 무료인 브랜칭도 당연히 베이직에선 불가하고, 스테이징도 프로 이상부터 가능하다. 리다이렉트나 리버스 프록시 설정도 쉽지 않다. (이전에는 AI 크레딧이 따로 계산된다는 점도 큰 단점이었으나, 그래도 MCP가 추가되어서 나아졌다.)


두 번째는 커스텀 코드 의존성이다. 일부 컴포넌트는 캔버스 상에서 구현하기란 쉽지 않고, 코드로 제어하는 게 더 편한 경우가 있다. 특히 인터랙션들이 그런데, 쓰다보면 프레이머 기반 웹사이트에 커스텀 코드가 덕지덕지 붙어있게 된다. 기능성 요소들(각종 분석 툴, 광고 분석 코드 등)이 아니라 코드 오버라이드나 코드 컴포넌트로 디자인에 포함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이런 요소들은 캔버스에서 제대로 미리보기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보는 화면이랑 실제 화면이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거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늘어나면, 'WYSIWYG' (니가 보는 게 곧 실제 결과물임) 이라는 프레이머만의 장점을 직접적으로 흐린다.

또한, AI로 인해 사람이 직접 하나하나 디자인을 건드는 일이 줄어들면서, '인간의 수동 개입'이 오히려 일관성을 흐트리거나 실수를 유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러 페이지에서 유사한 레이아웃을 공유하지만, 각 내용은 많이 달라서 컴포넌트화하기 애매한 것들은 각각 별개의 디자인으로 남게 된다. 여기서 사람은 다른 페이지에도 같은 레이아웃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고 한 페이지의 것만 수정해버리고,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결국에는 일관성이 0에 수렴하고 디자인은 엉망이 된다.


'컴포넌트'라는 개념도 일종의 족쇄처럼 작용한다. 주로 반복적인 디자인이 적용되는 곳에서 이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입한 것인데, 문제는 해당 컴포넌트에서 열어두지 않은 바리에이션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에는 각 컴포넌트마다 variant가 매우 많아지고, 그 중 대부분은 딱 한 곳에서만 사용된다. 그렇다고 컴포넌트의 variant를 줄이고자 하면 서로 다른 곳에서 여러 케이스에 맞게 디자인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고, 그걸 해결하려면 또 위에서 언급한 커스텀 코드가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컴포넌트를 정말 작은 단위(버튼, 뱃지 등)로만 사용할 수 밖에 없어, 활용성이 나빠지게 된다. 그러나 코드에서는 이런 제약이 거의 없다.

텍스트도 프레이머에서의 경험이 최악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 일관성을 위해 지정된 텍스트 스타일을 적용하면, 거기에 취소선, 밑줄 등을 개별적으로 적용할 수가 없다. 하려면 그 텍스트 스타일 자체에 취소선을 넣어 별도의 스타일로 분리하는 멍청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글 중간에 넣으려면 텍스트를 인라인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 그저 중간에 있는 단어 하나에 밑줄을 넣으려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려니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기존 웹사이트를 새로운 레포지토리로 마이그레이션하고 있고,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옮기는 김에 디자인도 크게 바꿨는데,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프레이머에서 내 조작으로 바로바로 디자인을 수정하는 것이 그렇게 돈을 낼 만한 장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AI에게 명령하고 바뀐 결과를 잠시 기다리는 것은 충분히 감당할 만한 부분이었다. 랜딩페이지를 정말 급히 수정해야 할 일도 딱히 없다.

심지어 무료로 운영할 수 있다. 서버 로그도 더 상세히 볼 수 있으며, A/B 테스트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다국어 지원도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 CMS 컬렉션도 제약 없이 추가할 수 있으며, 다른 사용자와의 협업도 당연히 무료로 할 수 있다.

일단 11월 이내로 프레이머를 걷어내는 것이 목표고, 지금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이전 프레이머 기반 사이트 대비 메타데이터만 어느 정도 비슷하게 정립해두면 SEO 측면에서도 패널티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프레이머가 (당연한 거지만) 외부 마이그레이션을 지원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느낌이라 다소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거의 다 옮기고 나니 또 AI가 발전한 요즘은 그렇게 불가능한 일도 아닌 듯 하다.